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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거목 - 박춘석 영결식

[작곡가 박춘석씨 영결식] 대중음악의 거인 ‘마지막 리사이틀’

박춘석씨의 영결식이 18일 서울 아산병원서 열렸다. 패티 김씨가 고인이 작곡한 ‘초우’를 조가(弔歌)로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눈물을 머금은 노래가 그의 마지막 길을 어루만졌다. 1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4일 별세한 작곡가 고 박춘석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미자·패티 김·남진·하춘화·정훈희 씨 등 후배 가수와 유족 등 100여 명이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영결식장엔 생전에 고인이 작곡했던 노래가 간간이 울려 퍼졌다. 울음과 음악이 뒤섞인 작곡가 박춘석의 ‘마지막 리사이틀’이었다. 서막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물 상영이었다. 육필로 쓴 ‘섬마을 선생님’ 악보와 청년 시절 고인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이 보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8일부터 고인이 남긴 악보와 관련 자료 50여 점을 전시 중이다. 고인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에선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40여 년 전 20대의 이미자와 고인이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올 땐 숨가빴던 현대 한국가요사를 되돌리는 듯했다. 영상물에 담긴 고인은 “대중음악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하고 있었다. 조문객 사이에선 “선생님…”이란 낮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영상물이 물러나자 고인의 육성 노래가 들렸다. ‘지금도 하염없이 가고 있는 길 아무리 멀다 해도 이 길을 간다….’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부른 ‘이 길을 간다’였다. 한 참석자는 “이별을 재촉하는 듯한 가사 때문에 목이 메었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 ‘박춘석 사단’으로 불렸던 이미자·남진·문주란씨는 추도사를 올렸다. 특히 700곡이 넘는 고인의 곡을 불렀던 ‘트로트의 여왕’ 이미자씨는 “‘미자야’라며 정감 어린 목소리로 불러주시던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섬마을 선생님’이나 ‘흑산도 아가씨’처럼 국민들 가슴 속에 남으시라”고 말했다. 남진씨도 “피아노 시인이셨던 당신의 작품은 위대했다”며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며 울먹였다.



하이라이트는 패티 김씨의 조가였다. 고인이 작곡한 ‘초우’를 무반주로 불렀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영정 앞에 선 그는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 듯 수초간 머뭇거리다 노래를 시작했다. ‘가슴 속에 스며든 고독이 몸부림칠 때…마음의 상처 잊을 길 없어 빗소리도 흐느끼네.’ 상당수는 흐느꼈고, 일부 조문객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하기도 했다. 패티 김씨는 노래가 끝난 뒤 “선생님, 뵙고 싶고 그리울 겁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관을 어루만졌다. 고인의 영정 곁에는 훈장이 반짝였다. 정부가 고인에게 추서한 은관문화훈장(2등급)이다. 가요계의 ‘거목’이 떠난 자리엔 ‘초우’를 연주하는 트럼펫 소리가 홀로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