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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의 미학 / 김용석

철학자 김용석(영산대)교수의 ‘체념(諦念)론’은 색다르면서 묘한 사색의

여지를 남긴다.

 

그는 체념을 퇴영적이고 열패적인 뉘앙스로 읽는 통념을 뒤집어

자아실현의 한 덕목으로 끌어올린다.

 

 

‘포기와 체념은 다르다.

 

포기는 상대의 힘을 아는 것이지만,
체념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포기는 힘에 꺾이는 것이지만,
체념은 힘을 거두는 일이다.’ (두 글자의 철학, 푸른숲)

 

체(諦)란 ‘자세히 살펴 안다’는 뜻이다.

 

그래서 쉽게 포기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쉽게 체념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

 

깨달음을 얻는 일에 용이함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체념은 ‘그만두고 거두는 일’에도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체념한 사람에게 ‘다시’란 없다고 한다.

 

힘의 논리에 따라 포기한 사람은 언제든 다시 시도하지만,
체념은 이미 어떤 경지에 도달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항마를 세워 아둥바둥 싸우느니 차라리 그 속에 깊이 스며들어
그들과 같이 걸으며 호흡을 같이 하라.

 

 

김용석 교수는 일상에서 체념은  삶의 조건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항복’과
‘약간의 슬픔’과 ‘많은 깨달음’을 동반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체념은 굴복하는 게 아니다.

 

아픔의 기억을 내면화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전략적 선택이다.

 

오기와 편가르기로는 깨달음을 통해
성숙해가는 체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